[잠든 퇴직연금 깨워볼까] ② 슬롯 머신 게임 적금이 아냐, 깨우되 깨지 말 것...'IRP는 필수'
연 6만명이 IRP 중도인출... 슬롯 머신 게임 수령 대비 세금 부담 3배 IRP, 세액공제·과세이연 효과로 자산 증식에 필수 금융사별 수수료율·수익률도 따져봐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1편에서 계속
퇴직연금은 높은 수익률로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얼마나 오래’ 운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금융상품이다. 예적금처럼 1~2년 보고 돈을 모으는 개념이 아니라 20~30년 뒤 나에게 보내는 생활비로 봐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다. 확정급여형(DB형)이든 확정기여형(DC형)이든 퇴직·이직할 때 적립된 퇴직금은 개인형 IRP 계좌로 수령해, 운용상품을 선택하고 만기인 55세까지 계속 굴려나가야 한다.
하지만 꽤 많은 퇴직자가 퇴직 시점에 닥쳐서 IRP 계좌를 개설하고, 수령하자마자 해지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다. 까맣게 잊고 있던 적금처럼 취급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거나,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식이다.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종종 보이는 ‘퇴직금 플렉스’가 그 예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IRP 중도인출 인원은 6만4000명으로, 전년 5만명 대비 28.1% 늘었다. 인출액은 전년 1조7000억원에서 2023년 2조4000억원으로 뛰었다. 2023년 기준 1인당 3750만원꼴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에게는 연금소득세가 아닌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된다. 55세까지 유지한 후 연금으로 받으면 3.5~5.5%의 연금소득세를 부담하는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현재를 인내해야 하는 가입자들은 미리미리 IRP를 개설해두는 편이 좋다. 회사가 부담하는 기존 퇴직연금 외에 오롯이 내 돈으로만 붓는 퇴직연금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이직·퇴직시 받는 퇴직금까지 합치면 더 큰 규모로 미래 소득을 굴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IRP는 세액공제 혜택이 많기 때문에 오래 가입할수록 유리하고, 세금을 내지 않고 자금을 장기간 운용하는 만큼 복리효과를 볼 수 있다.
IRP의 혜택은
IRP는 가입자가 퇴직금을 연금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긴 호흡으로 노후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각종 세금 혜택을 제공한다.
크게 ▲납입할 때의 세액공제 ▲운용할 때의 과세이연 ▲수령할 때의 낮은 세율이다.
우선 IRP는 매해 입금한 금액의 900만원(슬롯 머신 게임저축 합산)까지 최대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가 900만원을 납입하면 내년 초 연말정산에서 최대 148만5000원을 돌려받는다.
쉽게 얘기해서 IRP 계좌에 900만원을 납입했는데 총 급여가 5500만원이 안 되면 900만원의 16.5%(148만5000원)를 돌려준다. 연간 총급여액이 5500만원이 넘으면 공제율은 13.2%로, 최대 118만8000원이 환급된다.
IRP로 상품을 운용해서 낸 수익에는 돈을 찾을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만약 일반 계좌에서 ETF 등 상품으로 수익을 낸다면 매매차익은 물론이고 분배금에 배당소득세 15.4%가 바로바로 과세된다. IRP는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연령에 따라 연금소득세(3.3%~5.5%)만 내면 된다.
IRP 개설 방법과 유의점은
IRP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에서 만들 수 있다. 기존 DC형·DB형 계좌가 있던 금융사가 아니어도 된다. 기자처럼 DC형을 하나은행에 갖고 있어도 적립된 퇴직금을 KB증권 IRP로 수령할 수 있다.
금융사를 선택할 때 우선 생각해봐야 하는 건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다.
은행 예적금과 달리 IRP는 돈을 넣어놓고만 있어도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율은 최고 0.5%로, 1억원을 쌓아두기만 해도 1년에 최대 50만원을 내야 한다. 운용수익이 그만큼 상쇄되는 것이다. IRP는 장기상품이기 때문에 10년, 20년 누적 수수료를 감안하면 자칫 수백만원까지 부담이 치솟는다.
이때는 수수료를 안 받는, 즉 수수료율이 0%인 금융사들을 골라야 한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수료가 없는 곳은 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유안타증권·하나증권·한화투자증권이다.
이어 KDB산업은행 0.19%, 롯데·KB손해보험·대신증권 0.2%, 미래에셋증권 0.24%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KB국민은행 0.25%, IBK기업·NH농협·하나은행 0.26%, 신한·우리은행 0.27%다. 가장 높은 곳은 삼성화재 0.5%, 이어 미래에셋생명 0.47%, 한화손보 0.45% 등이다.
최근에는 퇴직슬롯 머신 게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비대면 가입(스마트폰)시 수수료 0%를 적용하는 곳도 많다. KB증권, 삼성증권 등이다.
단 수수료율은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수수료일 뿐 내 돈을 운용해주는 펀드보수나 유관기관수수료 등은 별도로 발생한다.
또 하나 따져봐야 할 건 내 슬롯 머신 게임을 굴릴 운용사가 얼마나 수익을 잘 내는지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개인 IRP의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KB증권(5.84%)이다.
이어 한화투자증권 5.62%, 한국투자증권 4.61%, 하나증권 4.49%, 신한투자증권 4.34%, 대신증권 4.01%, 삼성생명 3.79%, 미래에셋증권 3.69%, 삼성증권 3.48%, NH투자증권 3.66%, KB손해보험 3.48%다.
은행 중에서는 산업은행 3.55%, IBK기업은행 3.39%,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3.25%, 우리은행 3.29%, NH농협은행 3.07%, 하나은행 1.8%순이다.
원리금 비보장형은 미래에셋증권(12.48%)과 미래에셋생명보험(12.05%)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후 삼성증권 11.99%, 유안타증권 11.72%, 동양생명보험 10.91%, 하나은행 10.78%, NH투자증권 10.61%, 한국투자증권 10.54%, 신한투자증권 10.42%, KB국민은행 10.34%, 광주은행 10.19%, 대신증권 10.11%, KB증권 10.05%이다. 나머지는 10%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