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레벨 도달한 글로벌 슬롯 머신 공략...어떻게 가능했나
미 슬롯 머신 공략, 사상 최고가 눈앞...비미국 슬롯 머신 공략도 고공행진 관세 우려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도 슬롯 머신 공략는 랠리 지속 관세 불확실성 완화 및 AI 기대감·견조한 미 경제 등이 랠리 이끌어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가 거침이 없다.
미 주요 증시는 신고가를 눈앞에 두고 있고, 국내증시 역시 3년 9개월만에 3100선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독일 증시는 지난 6월 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후 숨고르기를 진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압력과, 경제지표 둔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증시 주변 환경에 우려 요인이 산재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식시장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고가 부근서 움직이는 글로벌 증시
26일(이하 미 현지시간) 미 3대지수는 일제히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S&P500 지수의 경우 장중 6146.52선까지 올랐는데, 이는 지난 2월 21일 사상 최고치(6147.43)를 불과 1포인트도 채 남기지 않은 수치다. 나스닥 지수 역시 장중 2만187.15선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12월20일 최고치(2만204.58)까지 20포인트도 채 남기지 않았다. 나스닥 100 지수는 이미 지난 24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후에도 고점을 높여가고 있다.
주요 해외 언론들은 주식시장의 주변 환경이 그리 순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CNBC는 "공격적인 관세 전쟁, 중동 리스크 확대, AI 시장의 치열한 경쟁 등 대형 악재 중 어느 것도 주식시장의 반등을 망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지난 4월 글로벌 주식시장을 휘청거리게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는 점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21% 급락했고, 이후 4월8일 저점 대비 현재 32% 반등한 상태다.
캐피털웰스플래닝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케빈 심슨은 "반등 속도에 놀랐다"며 "지속적인 중동 지역의 전쟁과 각종 변동성,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주식시장이 이렇게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각국과 무역 협상을 이어가면서 관세의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기 시작한 점이 유효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이룬 점이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웰스파고의 글로벌 주식 전략가 크리스 하버랜드는 "더 많은 무역 합의가 추가적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끄는 또 한가지 배경은 탄탄한 미 경제다. 실업률은 4.2%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지난 5월 고용보고서에서도 노동시장의 뚜렷한 둔화를 감지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시장이 우려했던 관세 정책이 물가에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줬다.
JP모건의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인 두브라브코 라코스-부하스는 이를 언급하며 "베이스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AI에 대한 기대감이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점도 주식시장 강세에 일조했다.
연초 중국의 AI 스타트업인 딥시크의 등장으로 투자자들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AI 관련 주식이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이들 주식은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랠리를 주도했다.
UBS의 수석 최고투자전문가(CIO)인 울리케 호프만 부차디는 "AI의 랠리는 여전히 견고하며, 최근의 대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열풍은 AI 랠리의 다음 단계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우려로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AI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회복되면서 주식시장이 빠르게 반등했다"며 "기술주 중심의 성장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극복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S&P500 지수는 상호관세가 발표됐던 4월 저점 이후 현재까지 23% 상승한 반면 나스닥은 32% 상승하는 등 기술주의 상승폭이 더욱 가파르다.
에드워드존스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모나 마하잔은 "기술주의 급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현금을 다시 시장에 투입하게 됐고, 이는 금융 및 의료 등 AI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며 처음으로 시가총액 8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이베이스는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으며, 골드만삭스그룹과 아폴로글로벌 매니지먼트도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했다.
비미국 증시도 견조한 흐름...정책 모멘텀과 약달러 환경
국내증시와 독일 증시를 비롯한 비미국 주식시장 또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3년 9개월만에 3100선을 돌파한 후 3100선 안팎을 넘나들고 있고, 독일 DAX 지수 역시 지난 6월5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후 고점 레벨에서 머물고 있는 상태다.
신한투자증권은 비미국 증시 아웃퍼폼의 본질적 이유로 계절적 요인과 약달러 환경을 꼽았다.
미국의 경우 연말 소비 시즌 이후 가격 부담이 누적되면서 연초에는 계절적으로 거래량이 위축되는 흐름을 보여 기술적 조정 압력으로 이어지기 쉬운 반면, 중국은 매년 1분기 거시 경제 및 금융중책을 집중 발표 및 시행하는 시기로, 투자자들이 정책 모멘텀을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오한비 연구원은 이를 언급하며 "이로 인해 중국과의 연관도가 높은 비미국 증시도 동반 강세를 보이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관찰돼왔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4월 이후 달러 약세가 과거 평균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전개됐고, 이에 따라 달러 민감도가 높은 국가들(콜롬비아, 폴란드, 한국, 멕시코 등)은 상대적으로 강한 주가 상승 탄력을 보였다"며 "여기에 비미국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정책 모멘텀도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경우 국방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방산주 중심의 주가 상승 랠리가 펼쳐졌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 역시 각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변수 많아...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남아있어
다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변수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은 내달 8일 만료된다는 점은 대형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백악관 측은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마도 연장될 수 있겠지만, 그건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유예기간이 연장될 경우 최근의 기술주 강세를 뒷받침할 기제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다만 이는 트럼프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있는 만큼 7월9일(상호관세 유예 시한) 이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7월 초 발표 예정인 미국 고용보고서 결과 노동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둔화한다면 이 역시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BMO프라이빗웰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캐롤 슐라이프는 "시장에서는 종종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는 변동성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으며, 일단 분쟁이 시작되면 시장은 반등하거나 다른 요인에 주목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미국 증시의 반등 또한 정책 모멘텀 및 환율 효과에 의존한 단기 흐름에 가깝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오 연구원은 "상반기 비미국 증시를 지지해온 기대감 중심의 상대적 아웃퍼폼 구간은 점차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다만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와 실적 모멘텀 격차가 커지는 환경에서는 지수 전반이 아닌, 구조적 경쟁력이 입증된 일부 국가에만 수혜가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 2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AI 모멘텀이 다시 강화되는 구간에서는 미국 기술력에 연결된 공급망 국가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표적으로 IT 업종 비중이 높은 한국, 대만, 홍콩 등이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거시 펀더멘털이 실제로 턴어라운드를 시작한 국가들 또한 긍정적일 수 있다며, 작년대비 올해 GDP 성장률이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로 폴란드, 벨기에, 체코, 남아공, UAE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