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은 엔비디아 2Q 카 심바 슬롯, 삼성전자·SK하이닉스 'AI 특수'에 제동?
데이터 센터 부문의 성장세 둔화...카 심바 슬롯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 하락 "일시적 카 심바 슬롯 지표 조정" vs "AI 거품론 반증" 갑론을박 엔비디아향 'AI 특수' 기대하는 삼성·하이닉스 계획에도 변수 가능성
[오피니언뉴스=박정훈 기자] 글로벌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의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에 긴장감이 퍼지고 있다. 매출과 이익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AI 데이터센터 부문의 성장 둔화와 중국향 수요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이에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HBM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삼성전자의 전략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대에 못 미쳤다" 엔비디아의 2분기
엔비디아는 27일(현지시간) 2분기(5~7월) 매출 467억4300만달러(약 651000억원), 순이익 257억8000만달러(약 359000억원), 주당순이익(EPS) 1.0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순이익은 59% 증가한 수치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매출 460억6000만달러, EPS 1.01달러)를 소폭 웃돈 성적이다.
차세대 GPU ‘블랙웰’ 기반 데이터센터 제품 판매는 전 분기 대비 17%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주력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411억달러로 전년 대비 56% 늘었지만 직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5%에 그쳤다.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 부문의 성장세 둔화로 해석됐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중국에 대한 칩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것과 관련,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엔비디아의 이번 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27일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로이터(REUTER)의 보도에서 캐비탈 닷컴(Capital.com)의 카일 로다(Kyle Rodda) 수석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은 객관적으로 좋은 성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지는 않았다"면서 "현재 엔비디아의 높은 주가에 반영된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실적에 남은 일말의 아쉬움은 투자 시장에서 큰 악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 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실적 발표 후의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우리는 중국 시장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에상되며, 이로 인해 연간 50%씩 성장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는 듯한 향후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K-반도체에 던져진 화두 "리스크 대비하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곧바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파장을 불러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AI 데이터센터용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올해 2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성장 둔화로 발주가 줄거나 신제품 도입이 지연되면 실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AI 반도체 수요가 일정 수준 충족된 이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와의 거래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은 HBM3E 공급을 본격화하며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엔비디아 발주가 지연되면 추격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삼성은 차세대 HBM4 개발과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내년 이후 도약을 준비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투자 속도 둔화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DRAM·낸드플래시 가격 회복세 역시 AI 서버 증설 속도에 좌우되는 만큼, 엔비디아의 둔화는 한국 반도체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일부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은 단기적인 조정일 뿐, 글로벌 AI 서비스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HBM 시장은 내년 이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AI 거품론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AI 반도체 제품의 수급이 특정 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재의 구조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엔비디아의 이번 2분기 실적은 수급 사이클(주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반도체 시장 특유의 리스크를 다시 상기시키게 한 계기로 여겨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2010년대 후반 메모리 반도체의 업사이클(상승 국면) 이후에 2020년에 접어들면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마주했던 '반도체의 겨울'이라는 대악재가 오버랩된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 변화의 단기 충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엔비디아라는 큰 손의 그림자를 넘어설 수 있는 독자적 성장 동력 확보가 당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