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트럼프 갈등 속 자율주행 규제 우려 커져
월가 "슬롯 머신 조작 주가에 골칫거리 생겼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테슬라 시가총액 1520억달러(약 206조원)가 증발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돌하자,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어버린 결과다.
하루만에 206조원 증발...머스크-트럼프 갈등에 얼어붙은 투심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일대비 14.26% 급락한 284.7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만에 시총 1520억달러가 증발했다. 머스크가 백악관을 떠난 이후로는 2000억달러(271조원) 이상이 증발한 것이다.
이날 시장은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에 주목했다.
최근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안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해왔다.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크고 아름다운 단일 법안'에 대해 "역겹고 혐오스럽다"면서 "당장 없애야 한다(Kill the Bill)"며 비난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에게 "나는 일론을 많이 도왔음에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머스크는 곧장 엑스(옛 트위터)에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패배했을 것"이라며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역시 "머스크는 정부 직책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받은 후 미쳐버렸다"며 "예산 절감에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은 머스크와의 정부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강도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은 투자심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JP모건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 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트럼프 행정부 법안이 통과될 경우 테슬라 연간 이익이 약 12억달러 가량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의 무공해 차량 판매 비중 의무화 규제를 무력화하는 별도의 연방상원 법안으로 인해 추가로 배출권 규제 크레딧 관련 20억달러 규모의 이익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에 대해 우려했다. 머스크는 그간 연방 의원들을 상대로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를 목표로 입법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는데, 트럼프와의 갈등은 로보택시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머스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6월 말까지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재 오스틴에서 완전 자율주행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내달 오스틴에서 약 10대의 차량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몇 달 내 1000대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테슬라 주가의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했지만, 트럼프와의 갈등으로 로보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차 높아진 점은 주가에도 상당한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
테슬라의 오랜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과 관련해 "테슬라가 큰 압박을 받게 됐다"고 썼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으로 앞으로 몇 년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슬롯 머신 조작의 자율주행 분야에 대한 규제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불화가 테슬라와 자율주행 분야에 대한 우리의 낙관적 전망을 바꾸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히 앞으로의 규제 환경과 관련해 작은 골칫거리가 생겼다"고 언급했다.
유럽판매 급감 등 슬롯 머신 조작 직면한 문제도 많아
CNBC는 테슬라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점들도 지적했다.
이 매체는 "테슬라는 유럽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서구에서 브랜드 평판이 하락하는 등 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주요 해외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5월 중 테슬라 판매는 전년대비 67% 급감했고, 스웨덴과 포르투갈,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등 여타 유럽 국가에서도 일제히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와 관련해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 등 머스크가 유럽 정치에 공개적으로 개입한 점으로 인해 머스크에 대한 불만이 쌓였고, 이것이 유럽 전역에서 테슬라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은 향후 테슬라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파이퍼 샌들러의 옵션 책임자인 대니 커쉬는 "둘의 사이는 더이상 좋은 것 같지 않고, 투자자들은 대통령의 편에 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회사의 기본적인 실적을 들여다봐도 매출이 부진하다"며 "정부가 든든한 지원자에서 걸림돌의 역할로 바뀐다면 그 기업 가치는 어떻게 되겠냐"고 되물었다.
옵션시장에서도 테슬라 주가 하락에 대한 베팅이 쏟아졌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약 401만건의 테슬라 풋옵션 계약이 거래됐는데, 이는 2022년 말의 직전 최고치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이날 거래량은 최근 20일간 평균치의 4배 이상에 달했다.
마켓워치는 "옵션 트레이더들은 트럼프와 머스크의 불화가 심화되자 보기 힘든 빠른 속도로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을 쏟아부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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