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 자체 개발 및 외주 최소로 효율 증대
5500억 규모 데이터센터 추가 건립
금융권 AI 개발 선도...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임기 내내 강조했던 ‘그룹의 IT(정보기술) 거버넌스 혁신’이 교통정리를 마치고 본격 질주하는 모습이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취임 후부터 신 IT 거버넌스를 주요 경영과제로 선정하고 지주사 주관으로 IT 조직 개편 협의체를 구성했다.
핵심은 IT 자회사였던 우리FIS의 인력을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로 재배치하는 일이었다. 중복 업무를 축소하고 은행·카드사의 자체 IT 개발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타 금융그룹이 IT 자회사를 별도로 운영 중인 것과는 다른 행보다.
그 효과는 AI(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빛을 발하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AI 개발지원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AI 뱅커의 활용 범위도 기존 예적금에서 대출까지 점차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주 산하에 그룹의 인공지능전환(AX)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도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2028년까지 총 5500억원을 투입해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물리적 디지털 인프라를 확보하는 게 더 절실해졌다.
디지털 전환기를 맞은 임 회장 표 IT 혁신이 미스터 플레이 슬롯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시대 1등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디지털 유니버스’, 임 회장 IT 거버넌스의 시작과 끝
1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달 제2 IT 센터인 ‘디지털 유니버스’ 설계용역 공모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 상암동에 있는 제1데이터센터에 이은 두 번째 데이터센터다.
부지는 경기도 남양주의 왕숙지구이며 목표는 내년 착공, 오는 2028년 완공이다. 건물 설계에는 79억9700만원, SI(시스템통합) 개념 설계에는 14억9600만원이 투입된다. 총 사업비만 5500억원 규모다.
디지털 유니버스에는 약 30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면서 그룹 IT 개발 및 운영, 금융 R&D(연구개발), 교육시설, 데이터센터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미스터 플레이 슬롯은 디지털유니버스를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의 디지털 금융허브로 키울 계획이다.
당초 디지털 유니버스는 전임 손태승 회장 시절이었던 지난 2020년 추진해 오는 2027년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력 후보지였던 경기도 남양주 도농의 연수원 부지가 2022년 공공택지로 수용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우리금융은 대체부지로 받은 왕숙지구와 판교 등 공공부지를 물색했고, 임 회장 재임 시절이었던 지난해 말 왕숙지구를 제2 IT센터 건립지로 최종 결정했다.
임 회장 표 ‘그룹 신 IT 거버넌스 혁신’의 마침표이자 시작점이 디지털 유니버스인 셈이다.
이번 센터는 임 회장의 숙원이었던 보험사 영업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의 조건부 인수를 발표하면서 "보험 청약·심사·인수 및 보험금 지급 등 업무처리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신속하고 정확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IT 조직 개편으로 디지털 업무 효율화
임 회장은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디지털·IT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IT 거버넌스 개편 이후 빠른 안정화를 이루고 비즈-IT 협업 등 개편 효과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회사 간의 교류와 협업사업 추진으로 시너지 성과를 보다 활발히 창출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금융그룹으로서 면모를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즉각 그룹 IT업무를 우리FIS가 수행하던 방식에서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등 핵심 계열사가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우리FIS는 지난 2023년까지만 해도 총 1089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우리카드(886명)보다 큰 조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초 개편에 따라 우리FIS의 인력은 지난해 239명으로 급감했다.
우리은행은 임직원은 지난 2023년 1만3729명에서 지난해 1만4335명으로, 우리카드 임직원은 지난 2023년 886명에서 지난해 1061명으로 늘었다.
미스터 플레이 슬롯 외 금융그룹들은 1000명 가량의 인력을 IT 자회사에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하나금융의 하나금융TI 1200명, 신한금융의 신한DS 1100명, KB금융의 KB데이타시스템 602명이다. 모두 그룹 주요 계열사인 카드, 보험사와 비슷한 규모다.
우리금융은 조직 개편으로 기존 7단계였던 IT 개발단계가 3단계로 50% 이상 감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업 직원과 IT 개발인력이 분리됐던 데서 동일조직, 동일 공간 원팀으로 근무하며 은행·카드와 FIS 간 업무 중복이 축소되고 인력 재배치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T 자체 개발이 가능해지고 외주 개발이 최소화된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우리금융 측은 "은행과 자회사간 기획 및 품질관리 업무의 중복요소가 제거됨에 따라 우리은행은 연간 130억원, 우리카드는 약 20억원의 판관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주업체 개발 비중을 최소화하고 자체 개발을 확대해 절감한 비용은 연간 150억원에 달했다.
인력 효율화는 차츰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계열사 간 협업 사례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슈퍼 앱 ‘뉴 우리원뱅킹’이다. 당시 우리금융은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 중 유일하게 슈퍼 앱을 못 갖고 있었다.
기존 우리은행 고객은 우리은행 앱을, 우리카드 고객은 우리카드 앱을 따로 설치해 이용했지만 뉴 우리원뱅킹 출시에 따라 앱 하나로 은행·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계열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은 올해 중 뉴 우리원뱅킹에 우리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추가할 예정이다.

IT 넘어 AI, AX(인공지능전환)까지
미스터 플레이 슬롯은 'AI 3대 강국'을 천명한 이재명 대통령의 IT정책에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핵심은 AI와 AX다.
우리금융은 지난 2일 금융권 최초로 ‘AI 개발 지원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플랫폼 구축은 그룹 내부의 IT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그룹 AI 개발자에게 ▲코드 자동완성 ▲오류 수정 ▲코드 설명 및 문서 자동화 ▲코드 구조 재조정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데 플랫폼 개발의 초점을 뒀다. 개발자들의 코딩을 지원해 우리은행 표준 코드에 쉽게 맞출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IT 품질과 보안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예적금 상품 상담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AI뱅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달부터는 이 AI 뱅커를 대출 상담으로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또 고객 투자진단과 시장진단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고객별 맞춤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은 지주 산하의 금융테크부를 AX전략센터로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각 그룹사가 개별 추진하던 AI 서비스·시스템을 지주 관점에서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AI뱅커를 만든 우리은행 AI플랫폼부서 안에는 에이전틱AI 전담 팀을 새로 만들고, 플랫폼부 인원은 현재 57명에서 70명 이상으로 추가 배치한다. 은행 직원이 사용 중인 우리GPT(지피티)도 고도화 한다. 우리금융은 AI 외에도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테스트, 토큰증권발행(STO) 등 블록체인 비즈니스까지 IT 개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업에서 AX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문제”라며 “AI 기술을 활용한 내부 시스템 혁신으로 금융권 AI 개발을 선도하고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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