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윈 슬롯화 가치 ↑
19일 FOMC...금리 동결 확률 99.1%
윈 슬롯·원, 지난달 고점 대비 10% 급락
증권가 "단기 속도조절 가능성 우세한 구간"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6월 둘째 주(8~14일) 달러·원 환율은 1361원으로 출발해 1363.5원에 마감했다.
주 초반에는 대선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수세가 이어지며 원화가 강세(환율 하락)를 보였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됐다는 점도 글로벌 달러화 약세를 부추겨 환율 낙폭을 키웠다. 하지만 주 후반 들어서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며 환율은 상승 전환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순매수 규모는 빠르게 확대됐다. 4~12일 일평균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7021억원으로, 누적 총 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2698.97에서 2920.03으로 8.19% 상승했다. 자금 유입에 힘입어 달러·원 환율은 1380원 내외에서 1360원 내외로 20원 가량 추가 하락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치 상승률(2.3%)보다는 다소 올랐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4%)에는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전월과 같았고 전문가 전망(2.9%)을 밑돌았다.
CPI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눈여겨보는 지표 중 하나다. 시장 전망치보다 낮다는 건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조금 상승했다는 의미로,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한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86% 내린 98.338였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16.3원 내린 1358.7원까지 하락했다.
지난 15일 3.7원 하락 출발했던 윈 슬롯은 오후 들어 급등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타격하면서 지정학적 불안감이 확산됐고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가 커진 탓이다.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 내 핵시설 등 수십 곳에 선제 타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목표 중에는 이란 중부 나탄즈에 있는 핵물질 농축시설과 핵무기를 개발 중인 주요 핵 과학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군부의 '투톱'인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과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도 사망했다. 이란은 드론을 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이날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전일보다 10.9원 오른 1369.6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정학 리스크·美 기준금리 동결·환율 되돌림 겹칠듯
국내 외환시장 휴장일인 지난 14일부터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점차 전면전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이란은 자국 내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뚜렷한 '레드라인'(위반할 경우 대가를 반드시 묻겠다는 기준)으로 삼아왔는데, 이스라엘이 이를 직접 겨냥한 건 사실상 정면대결을 선언한 셈이다.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3일(현지시각)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200발 가까운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을 향해 "그들이 일을 시작하고 전쟁을 일으켰다"며 "사악하고 악랄한 시온주의자 정권은 큰 실수와 오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4월 셋째 주(15~21일)에는 외환시장 최대 이벤트인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한국시간 19일 새벽 3시)도 앞두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강달러 재료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까지 관세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지표가 확인됐고 금융환경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달러·원은 대내보다는 대외요인 변화, 특히 달러인덱스와의 상관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며 “관세 내러티브가 약화된 만큼 다음주 FOMC에서 확인될 연준 위원들의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인식이 중요한 환율 이벤트”라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 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할 가능성을 99.1%로 보고 있다.
또 최근 국내 증시 강세에 따른 달러·원의 하락폭이 가팔랐던 만큼 단기 반등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지난달 초 고점대비 10% 가까이 급락해 단기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라고 봤다. 그는 “대외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고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이벤트도 소화했다”며 “국내증시의 상대 강세 추세에 따라 우호적인 주식시장 수급은 지속되겠지만 최근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단기 속도 조절이 우세한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도 “외국인 주식 자금 유입에 따른 달러·원 하락은 일시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며, 하락세 연장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달러·원은 대내보다는 대외요인 변화, 특히 달러인덱스와의 상관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의 상하단을 1340~1370원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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