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슬롯 주소의 도보기행]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설악의 품에 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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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슬롯 주소의 도보기행]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설악의 품에 안기다 
  • 어메이징 슬롯 주소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6.2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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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어메이징 슬롯 주소 도보기행 칼럼니스트] 해가 가장 빨리 뜨고, 늦게 지는 시기라 새벽 5시 20분 한계령은 환했다. 아래에선 이미 끝난 아까시나무와 층층나무의 하얀 꽃이 해발 덕분에 한창이었다.

계단을 올라 설악산 서북 능선에 첫발을 내디뎠다. 여름이 시작되었으나, 이곳은 향기와 색의 여정이 봄날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가을에 한 번 다녀온 코스였기에 망설임도 있었으나, 같은 길도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얼굴로 맞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다시 찾아왔다.

설악은 여름을 맞이하는 봄의 끝자락을 어떤 색으로 말을 걸어올지 궁금했다. 산을 오르면서 첫인사를 건넨 것은 개회나무와 금마타리였다. 초록이 진해져 가는 신갈나무들도 조용히 반겨주었다. 오르기 힘든 코스지만 자연의 화원을 맘껏 누릴 수 있어 힘들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한계령에 세워진 비석.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한계령에 세워진 백두대간 오색령 비석.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돌길과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니, 초반부터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차오르는 숨을 덜어주기라도 하듯이 산은 꽃의 이름을 빌려 말을 걸어왔다. 우아한 보라색의 벌깨덩굴이 줄지어 피어있고, 눈개승마는 꽃송이를 올려 마치 길을 안내하듯 길게 이어졌다.

새벽 5시즈음 동튼무렵  한계령.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새벽 5시즈음 동튼무렵 한계령.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계절이 얼마나 아름답게 흐르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전해졌다. 시닥나무의 작고 귀여운 꽃은 계단 난간을 붙잡고 힘겹게 올라가는 중간에 다리 쉼을 하게 해주었고, 숨을 고르게 해주었다. 놀랍게도, 아래에서 이미 진 줄 알았던 맑은 연분홍의 철쭉도 이곳에서는 아직 한창이었다.

초반부터 가파른 계단길로 이어진 한계령.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초반부터 가파른 계단길로 이어진 한계령.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오솔길로 이어진 설악의 등산로.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오솔길로 이어진 설악의 등산로.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서북 능선의 첫 번째 관문인 한계령 삼거리에 오르니 설악산의 멋진 암봉들이 펼쳐졌다. 삼거리를 지나면 암릉길이 시작된다. 걷다 보면 간간이 오솔길 분위기의 편한 구간도 있어 기분 좋게 즐기면서 걷기도 했다.

등산로 사이사이 곱게 피어있는 철쭉.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등산로 사이사이 곱게 피어있는 철쭉.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갑자기 붉은 큰앵초가 숲속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능선 등산로 양쪽에 줄지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꽃이 너무 예뻐서 산길을 오르는 것이 힘든 줄 모르겠다며 지나가는 분도 있었다. 

큰앵초가 피어있는 등산로.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큰앵초가 피어있는 등산로.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숲속에서는 수줍은 듯 피어난 검은 꽃, 바로 요강나물이었다. 어둡고 짙은 색감이 오히려 눈부셨다. 꽃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면서도 이토록 다른 결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새삼 경이로웠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은 산 중턱쯤이었을까. 뒤돌아 내려다 본 설악의 웅장한 모습.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은 산 중턱쯤이었을까. 뒤돌아 내려다 본 설악의 웅장한 모습.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그 옆으로 세잎종덩굴이 꽃송이를 달고 있고, 작고 여린 두루미꽃은 조용히 곳곳에서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하얀 꽃을 피울 박새는 서북능선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설악의 암봉.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설악의 암봉.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하나하나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말 없는 오케스트라처럼 피어있었다. 저마다 다른 시계로 피고 지는 꽃들은 봄이 이곳에서는 조금 더 오래 머무르다 간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했다. 

오를수록 길은 점점 가팔라졌고, 오르막과 암릉이 번갈아 나타났다. 팔과 다리에 힘을 주며 바위를 넘는 동안에도 바람은

등산로에서 마주친 서북능선의 강자 박새.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등산로에서 마주친 서북능선의 강자 박새.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언제나 곁에 있었다. 때때로 땀이 식을 만큼 쌀쌀한 바람이기도 했다.

아슬하고 위험한 암릉길을 통과, 끝청에 서니 한계령이 발아래 있었다. ‘이 산 저 산 바람 구름 몰고 다니는...’ 한계령 노랫말이 저절로 떠 올랐다. 소청과 중청, 대청으로 이어진 봉우리의 풍광을 보면서, 중청 대피소를 거쳐 대청봉으로 향하였다.

설악산 중청봉에서 서쪽에서 이어지는 서북주릉 상에 위치한 끝청봉. 끝청봉은 설악산의 서북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봉우리라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설악산 중청봉에서 서쪽에서 이어지는 서북주릉 상에 위치한 끝청봉. 끝청봉은 설악산의 서북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봉우리라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다.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대청봉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더 세차졌다. 정상에 섰을 때, 바람은 거구도 휘청이게 할 만큼 강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바라본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세찬 바람이 부는 설악산 정상석 앞에서 해냈다는 깊은 환희가 몰려왔다.

대청봉.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대청봉.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하지만 산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라왔던 서북 능선으로 하산, 한계령으로 되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험난했다. 하산이라 하기엔 여전히 오르막이 많았고, 지친 다리는 저항을 시작했다. 암릉은 더욱 날카롭게 다가왔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위험한 구간들이 많았다.

대청봉 아래로 굽이 굽이 솟아오른 암봉.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대청봉 아래로 굽이 굽이 솟아오른 암봉.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대청봉 정상석.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대청봉 정상석.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암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는 넘어져 어깨를 심하게 다쳤다는 등산객을 보게 되었다. 혼자서 산행을 온 분으로 어깨 부상에도 배낭을 메고 가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여 지나칠 수 없었다. 연락한 구조대를 만날 때까지 걸어가고 있다는 그분과 함께 걸음을 맞추며 내려왔다.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안전이다. 대청봉 주변에서 부상자를 싣고 가는 헬기 모습.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안전이다. 대청봉 주변에서 부상자를 싣고 가는 헬기 모습.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등반을 함께한 동료가 부상자의 무거운 배낭을 멨고, 최대한 조심히 내려가야 하는 암릉길은 진행이 더뎠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상황에 감사하며, 가장 위험한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오는 119 구급대에게 부상당한 분을 무사히 인계하고, 한계령에 도착하니 꽤 늦은 시간이었다. 몸은 지쳤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마음은 가득 차 있었다.

하산길에 만난 설악의 일몰.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하산길에 만난 설악의 일몰.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온 산을 가득 메운 꽃들과 바람, 그 속에서 봄의 마지막 절정을 온전히 누렸다는 기쁨이 컸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날의 산은 특별했다. 이른 봄도, 여름도 아닌 그 사이에서 피어난 생명의 정점이 맞아주었다.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서북능선은 설악산의 아름다움과 험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등산 코스이다. 시작부터 가파르고 설악산에서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왕복 16.6km 거리를 완주하기는 체력 소모가 많고 힘들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끝청까지는 서북능선의 핵심 구간으로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며 멋진 조망을 자랑하지만, 암릉과 너덜길이 나타나 위험도가 높아진다. 발을 잘못 디디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서북능선을 걷다 보면 풍광이 터지는 곳에서는 설악의 웅장한 암릉미와 사방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이다.

하산길에 본 눈개승마.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하산길에 본 눈개승마.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계절에 따라 군락을 이루는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천상의 화원이기도 하다. 

벌께덩굴.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벌께덩굴.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요강나물.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요강나물. 사진=어메이징 슬롯 주소 칼럼니스트

중청 대피소는 폐쇄되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어 충분한 식수와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한다. 보통은 한계령에서 올라와 대청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한다. 3km가 서북능선보다 짧지만 계속 내려가는 오색을 피하여, 올라온 길의 뒷모습도 보고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충분한 준비와 안전에 유의하면 아름다운 설악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인 서북능선이다.

▲찾아간날 : 2025년 06월 06일 (금),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코스 : 한계령 휴게소 - 한계령 삼거리 - 끝청 – 중청 대피소 – 대청봉(정상 해발 1,708m) 8.3km  (왕복 16.6km)

● 어메이징 슬롯 주소 도보기행 칼럼니스트는 산에 오르고 계곡을 걷는 게 좋아 친구들과 함께 국내외로 등산과 트레킹을 다닌지 어느새 30여년이 지났다. 야생화가 너무 이쁘고 좋아 사진에 담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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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출 2025-06-20 16:00:50
자연스럽고 수려한 문장이 함께 걷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세잎종덩굴이, 두루미꽃, 박새, 눈개승마…. 읽는 것도 어려운 야생 초목의 이름을 어찌 그리 꿰고 있는지…. 덕분에 초여름 설악의 품을 느껴보며, 거구를 휘청이게 한 바람이 참으로 시원하기도 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산행한 덩치 좋은 동료가 누구였는지 궁금해하며, 다음 목적지 소식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