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우스 매출·수익성 우상향
인도·브라질 등 '국민 브랜드' 도약 '정조준'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LG전자의 해외 생산 정책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그동안 LG전자는 인건비, 물류비 등 생산 및 운송 단가가 저렴한 국가에서 에어컨, TV 등의 제품을 생산해 소비력이 높은 국가로 수출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가별, 공장별로 생산하는 제품과 규모에 차이를 뒀다. 인건비가 저렴하거나 지정학적으로 물류 운송에 유리한 곳에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내수시장 역시 무시 못할 변수였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 중국, 미국 등이 LG전자의 핵심 해외 생산기지로 자리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조주완 강원 랜드 슬롯 머신 이기기전자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북반구 저위도와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와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의 신흥 개발국을 말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보호주의 무역 기조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북미나 유럽보다 성장성이 큰 신흥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글로벌 생산기지 옮기는 강원 랜드 슬롯 머신 이기기전자
LG전자는 글로벌 생산 기지의 중심을 신흥 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특히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 스리시티에 인도 3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인도 3공장은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인도 내 프리미엄 가전 수요에 대응하는 생산 기지 역할을 한다.
브라질도 중요한 축이다. 브라질 남부 파젠다히우그란데 지역에서 LG전자는 내년 준공을 목표로 신규 생산 기지를 건설 중이다. 브라질 내 두 번째 생산 기지로 프리미엄 가전 및 부품 생산을 담당한다. 이 두 곳이 모두 완공되면 LG전자의 해외 생산 기지 30곳 중 절반이 넘는 16곳이 글로벌 사우스에 위치하게 된다.
반면 LG전자는 연간 냉장고를 최대 160만대를 생산하는 베트남 하이퐁 가전 공장의 경우 생산 비중에 변화를 두고 있다. 하이퐁 가전 공장의 경우 올해 가동률을 절반 가량 줄였다. 트럼프정부의 베트남에 대한 46% 상호관세 부과 결정이 영향이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퐁 가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대부분은 그동안 인도와 미국 등으로 수출됐다.

인도·브라질서 '국민 브랜드' 노려
LG전자는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 브랜드 위상을 키워가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각종 스포츠 행사를 지원하고 ESG 경영을 강화하는 등 '국민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에서 LG전자는 올해부터 대규모 헌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만성적인 혈액 부족 국가다. 인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혈액 부족으로 매년 12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보유 혈액량은 100만명 분도 안 된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3만건 헌혈을 목표로 헌혈 캠프를 운영 중이다. 헌혈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건강 검진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인도 여성의 교육수준 증진을 위한 장학금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갈고티아스 대학, 자이푸리아 대학원, 로이드 로스쿨 등에 재학 중인 학생 중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여학생을 선발해 학비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6000여명이 수혜를 받았다. 인도의 여성교육률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글로벌 교육 컨설팅 기관 칼리지 서치에 따르면 인도 여성 10명 중 3명이 문맹이다.
브라질도 인도 못지 않게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 축구 선수 카카를 엠버서더로 발탁해 브랜드 호감도 증진에 나서고 있다. 또 열대성 기후인 브라질의 특성을 고려해 현지 맞춤형 세탁기와 에어컨 등을 개발했다. 이 밖에도 브라질 소비자와 접점 확대를 위해 'LG 패밀리 클럽' 프로그램 출시, 브라질 대규모 축제에 발맞춘 할인행사 등 이벤트를 꾸준히 개최하며 '브라질 국민 브랜드'로 도약을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전략, 수익성으로 증명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공을 들인 LG전자는 올해 1분기 수익성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해 1분기 인도법인은 1조24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도 1분기 기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서며 1243억원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 LG전자 인도법인의 매출이 1조445억원, 순이익은 93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매출과 수익성 모두 성장했다. LG전자 인도 법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조7910억원, 순이익은 3318억원이었다. 생산능력 확대 및 브랜드 인지도 상승 때 연간 매출 4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LG전자는 인도법인 IPO(기업공개)를 통해 '국민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이달 중 IPO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기업가치 평가 극대화를 위해 시점을 조율 중이다.
브라질 법인도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LG전자 브라질 법인은 올 1분기 4654억원의 매출과 39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베트남 법인 또한 올해 1분기 매출 1조6876억원, 순이익 664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지난해(1조4463억원)보다 증가했지만 순이익(715억원)은 다소 줄었다.
해외 법인 중 가장 매출 규모가 큰 지역은 단연 미국이었다. LG전자 미국 법인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3213억원과 순이익 36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1년 전 LG전자 미국 법인은 매출 3조2506억원, 순이익 2860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미국 법인 수익 악화에 대해 "지난해 1분기 미국 법인이 자회사로부터 배당수익을 받은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삼성전자는 브라질에 있는 캄피나스와 마나우스 스마트폰 제조공장에서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애플 또한 미국 내수시장 침체를 염두하고 인도로 공장 이전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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