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라면값 2000원, 진짜냐?"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기에 현황과 가능한 대책이 뭐가 있을지 챙겨달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며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며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가공식품 위주로 맥주랄지 라면 등 저희가 눌러놨던 것들이 많이 오른 부분도 있다"며 "닭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서 한두 달 시차가 있긴 하지만 잘못 대응하면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이 말에 이 대통령은 "세상에 이유 없는 일은 없으니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 상승의 기준으로 라면값을 꼽을 때마다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사실 라면 하나 팔아서 남는 마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라면 하나 팔아 50원 남을 지경인데 정부가 물가 상승의 대푯값으로 라면을 언급할 때마다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라면값과 전쟁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경제 당국 수장은 방송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이 내렸는데 기업들이 라면값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라면 등 식품 업계는 느닷없는 정부 고위 관료의 지적에 일제히 출고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채 못돼 라면값 등 식음료 가격은 탄핵 정국 등 불안한 시국과 맞물려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식품 업계의 이런 행태를 두고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라면값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 지수를 계산할 때 라면값의 가중치는 0.27이다. 돼지고기(1.06), 국산 쇠고기(0.88), 쌀(0.55)보다도 영향이 미미하다. 라면값을 잡아도 물가 상승이 멈추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물가 관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라면값보다 일관성있고 예측 가능한 경제 정책 추진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료의 말 한마디에 급변하고 기업의 손목을 비틀던 식의 경제 정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길 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TF'를 구성하고 핵심 과제로 물가 안정을 제시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공공직거래 확대, 인공지능(AI) 기반 수급 예측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구조적 물가 안정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 간 유통마진을 줄이는 '유통 개혁'을 통해 식품 가격 상승의 고리를 끊겠다는 전략이다. 단기적 가격 통제보다는 구조적 물가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다만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실제 시장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동시에 이미 오른 가격을 낮추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식표품 업계 등에서 원자재 가격 인하 분을 제품 가격 인하보다는 마케팅이나 가격 보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노력을 통해 합리적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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