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비용 부담 우려...ECB의 해외 슬롯인하 지속 등도 영향 미쳤을 듯
월가 "1%포인트 인하 사실상 불가능...연준은 신중할 듯"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대해 금리인하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5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를 한층 덜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1%포인트 금리인하를 압박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5월 고용보고서 양호...트럼프는 "1%포인트 내려라"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5월 고용보고서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전월보다 13만9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3만명을 상회하는 수치다. 실업률도 4.2%로 전월과 같은 수준으로 나왔다.
예상보다 양호했던 고용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투자자들은 경기에 대한 우려를 덜어냈고, 주식시장 역시 일제히 상승 흐름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연준이 너무 늦는 것은 재앙"이라며 "유럽은 금리를 10번 내렸는데, 우리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1%포인트 내려라. 경제에 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의 별도 게시물에서 "만약 '너무 늦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우리는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의 장단기 금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제롬 파월 연준 의장)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차입 비용은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게시물에서 언급했듯이 금리로 인한 차입비용 부담이 최근 그의 금리인하 압박의 배경으로 해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몇 년 동안 연준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의 차입비용이 급증했다"며 "미 국채금리는 현재 3.36%로, 지난 회계연도에 정부 부채이자 비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6%로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ECB, 최근 1년간 8차례 해외 슬롯 인하...해외 슬롯 절반 수준으로 낮춰
유럽중앙은행(ECB)이 잇따라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 점도 트럼프가 연준을 압박하게 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ECB는 지난 5일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예금금리를 연 2.25%에서 2.00%로, 기준금리를 2.40%에서 2.15%로 낮췄다. 한계대출금리는 연 2.65%에서 2.40%로 낮췄다. ECB는 지난해 6월 이후 금리를 8차례에 걸쳐 인하했고, 이로 인해 예금금리를 4.00%에서 2.00%포인트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번 금리인하로 ECB 예금 금리와 연준의 기준금리 격차는 2.25~2.5%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를 언급하며 "트럼프의 파월에 대한 새로운 공격은 EC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한 후 나온 것"이라며 "ECB는 차입 비용을 지난 1년간 절반 수준으로 줄여냈지만, 연준은 트럼프의 관세 효과를 저울질하면서 2024년 시작된 금리인하 사이클을 일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관세 따른 인플레는 일회성...금리 인하 나서야"
연준이 금리를 움직이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관세를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이를 협상을 통해 유예하면서 사실상 예측이 어려운 국면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수차례 언급했고,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을 지켜본 후 금리를 조정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일회성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악관과 연준이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해 서로 다르게 전망하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꽤 잘 작동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한다는 초기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시행된 트럼프 1기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인플레이션 징후가 없고 경제 또한 안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연준은 제한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같은 결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월러 이사는 지난 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 BOK 국제 컨퍼런스에서 "경제학적으로 보면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이지, 장기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살효 관세율이 나의 낮은 관세 시나리오에 가깝게 안정된다고 가정한다면 기저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보이고, 고용시장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 "올해 후반부에 긍정적인 뉴스에 따른 금리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월가 "트럼프의 1%포인트 인하 요구, 사실상 불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1%포인트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연준은 0.25%포인트의 금리 변경을 일반적으로 하며, 1%포인트 금리를 움직이는 경우는 심각한 경기 침체 및 금융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극히 드물다는 것. 실제로 연준이 마지막으로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이 시기는 코로나19 초기로 경제적 혼란이 발생했던 시기다.
CNBC는 "시장은 이달 17~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변경이 없을 것을 사실상 확신하고 있다"며 "특히나 1%포인트의 금리 인하는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심각한 경기침체나 금융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인플레 압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관세 정책의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뉴센추리 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아 샴은 "우리는 매우 이례적인 정책 환경에 처해 있고,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 또한 크기 때문에 그 어느 예측도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여전히 안개가 짙은 전망과, 잘못된 결정을 피하고자 하는 연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금리를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그 증거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2025년 말까지 금리를 0.25%포인트씩 2회 인하할 가능성을 40% 수준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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