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디아, 초대형 디스플레이·올레드 파칭코 슬롯 수요 증가 예측
거거익선…삼성·LG와 더불어 TCL도 초대형 파칭코 슬롯 출시

[오피니언뉴스=강혜린 기자] 국내에서 ‘코스트코 TV’로 통하는 중국 TCL이 ‘가성비’ 전략으로 삼성전자, LG전자와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반면 삼성·LG는 프리미엄 TV 시장에 집중하면서 방어하는 모습이다.
TCL은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저렴한 가격과 대형 화면, 미니 LED 등 최신 프리미엄 기술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일에는 TCL의 캐주얼 브랜드 '아이팔콘(iFFALCON)' 98인치 QD-MiniLED TV를 국내 단독으로 론칭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TCL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파칭코 슬롯 브랜드별 매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칭코 슬롯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0%, LG전자는 15% TCL는 13.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TCL은 지난해에 비해 1.7%p 상승했고, LG전자는 1.7%p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박리다매'서 '거거익선'으로…트렌드 쫓는 TCL
옴디아는 최근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이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을 견인한다는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다. 프리미엄 TV는 원가 대비 판매가가 높아 수익성이 높은 제품일뿐더러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삼성·LG가 주력하는 분야다.
옴디아는 올해 65인치를 초과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 수요는 1년 전보다 16.2% 상승한 반면, 65인치 이하에 대한 수요는 0.7% 감소했다. 거거익선 트렌드에 따라, 평균 파칭코 슬롯 디스플레이 크기도 올해 첫 50인치를 돌파한 50.2인치를 기록했다. 옴디아는 다가오는 2026년 51.2인치에서 2031년에는 53.8인치로 매년 파칭코 슬롯 디스플레이 크기가 커질 거라 전망했다.
이에 TCL 역시 초대형 TV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미국에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TCL QD-미니 LED TV 신제품인 QM8K 시리즈는 65·75·85·98인치로 역시 초대형 TV 중심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대형 TV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전망 아래 중국 브랜드도 잇따라 대형 TV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는 올해 미국 내 대형 TV 판매량이 증가할 거라고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75인치 이상의 TV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TCL도역시 65인치부터 시작하는 대형 TV를 내놓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9일 미국의 대표적인 양판점 베스트바이에서 판매 중인 TCL의 신제품 QM8K 75인치 제품은 2799.99달러(약 380만원)이다. LG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OLED G5 77인치는 4499.99달러(약 610만원),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QN990F 8K Neo QLED 75인치는 6499.99달러(약 882만원)으로 TCL 제품이 2배 이상 저렴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TCL은 지난 1981년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해 오늘날 세계 2~3위 TV 제조사로 성장했다. 자회사 CSOT를 통해 패널을 자체 생산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또 공격적인 R&D 투자(연매출 10% 이상), 중국 정부의 제조 2025 정책 등으로 기술·생산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 정책은 중국이 세계 ‘공장’에서 첨단 기술 중심의 ‘제조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산업전략으로, 특히 고부가가치 첨단 제조업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TCL 박리다매에도 삼성·LG 우위로 평가하는 까닭
삼성·LG의 글로벌 TV 시장 입지는 여전히 강세인 동시에, OLED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옴디아가 집계한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북미 시장 올레드 TV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50.3%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가 12년 연속 지켜온 1위 자리를 밀어냈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점유율은 34.5%로 2위에 그쳤다.
다만 LG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출하량 52.1%를 차지했다. 특히 12년 연속 세계 OLED TV 시장 1위를 달성하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 같은 시기 유럽 OLED TV 시장에서 약 39만 1100대를 출하하면서 점유율 56.4%를 기록하기도 했다. QNED 등 하이엔드 LCD TV에 집중하며 ‘듀얼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또 9일 LG전자는 2025년형 올레드 TV가 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기관 TUV 라인란드의 실내조명 환경 화질 인증에서 가장 높은 퍼펙트 등급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높은 기술력을 자랑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을 결합한 TV와 함께 무선, 초대형, 투명 TV 등 차세대 기술로 프리미엄 TV로 중국의 초저가 전략을 방어하고 있다. 다만 TCL 등 중국 브랜드의 저가·프리미엄 공세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2025 LG 올레드·QNED TV 신제품 설명회'에서 백선필 LG전자 TV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중국 TV 업체들의 추격에 대해 "제가 직접 중국 TV를 구매해 써보니 가격도 장점"이라면서도 "중국 제품은 패널 등 하드웨어에는 강점이 있지만, SoC와 운영체제(OS) 분야에서는 아직 격차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4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 강남에서 열린 ‘언박스 & 디스커버리 2025(Unbox & Discover 2025)’ 행사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중국 업체가 가져간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라인업을 확대했다”며 “삼성은 2025년형 TV 라인업을 초대형, AI, OLED 등으로 대폭 확장해, 중국 업체의 저가·대형 TV 공세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 말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LG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TCL 등 중국 기업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우리 기업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과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TV 산업의 우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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