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버팔로 슬롯 머신 계획도 불투명
정유업계 혹독한 한파 지속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에쓰오일(S-OIL)이 최근 지방직 소매영업 직군 수시채용을 인적성검사까지 진행한 뒤 돌연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정유업계의 업황 부진이 고착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10일 소매영업직 신입사원 공개 모집에 응시한 인원을 대상으로 채용 전형 중단을 알리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소매영업직은 판매 실적 및 주문 출하 관리, 신규 주유소 유치, 기존 거래처 유지 관리 등을 맡는 직군이다.
에쓰오일은 애초 해당 직군에서 두 자릿수의 채용을 추진했다. 채용 계획을 살펴보면 지난달 4일 인적성 검사를 실시했고, 두 차례 면접을 거쳐 오는 7월 입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채용이 중단되면서 지원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향후 신입 사원 채용 때 이번 서류 전형에 합격한 지원자에 한해 서류 전형을 생락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해당 직군 이외에도 전반적인 신입사원 채용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동시에 하반기 채용 재개 여부도 결정된 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쓰오일 측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부득이하게 채용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적자, 또 적자' 수익성 위기 직면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축소, 널뛰는 환율 등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올해 1월 배럴당 80달러(84.61달러·1월17일 기준)를 넘던 두바유는 이달 초(4일 기준) 64.62달러까지 급락했다.
실제 수익성도 나빠졌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매출 8조9905억원, 영업손실 2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정유부문은 매출 7조720억원, 영업손실 568억원을 기록했다. 원유 가격이 미국의 산유국에 대한 제재로 급등한 후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축소 발표로 급락함에 따라 제품 가격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석유화학 부문도 적자다. 매출 1조1280억원, 영업손실 745억원을 기록했다. 벤젠시장 역시 미국향 수출 감소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윤활기유 또한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했음에도 원재료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며 매출 7905억원, 영업이익 109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9.5% 감소했다.
에쓰오일을 비롯해 정유 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하는 또다른 요인은 정제마진 하락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원유 구입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다. 최근 정제마진은 배럴당 5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며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증가가 정제마진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환율도 부담이다. 원유 구매는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는데 최근 달러·원 환율이 1300원 후반에서 1400원대를 유지하면서 원유 수입 비용이 늘고 있다. 동시에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환차손도 수익성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환율 지속은 정유업계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요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해법 마련 '절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지속도 정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정유업계를 옥죄고 있다. 여기에 OPEC플러스의 감산 정책이 시장 안정화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은 지난해 초부터 원유 생산량 감축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가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약하다"며 감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늘면서 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수요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경기 침체기에 더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OPEC플러스의 감산 정책의 영향력 약화와 공급 과잉에 따른 산유국 간 경쟁 격화 등의 이유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로선 생존을 위한 해법 모색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정유업계가 비핵심 자산 매각이나 고정비 절감 등을 통한 재무 안정성 확보에 나서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또 석유화학 부문을 강화하며 정유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선 경기와 업황 모두가 어려운 시점인 만큼 정부가 세제적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세제적 인센티브 등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새 정부의 유류세 인하 연장 등 정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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