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민정 칼럼니스트] 고요한 마루에 한 사내가 서 있다. 갓을 쓴 채 부채 하나를 들고, 도포 자락은 바람 곁에 일렁인다. 사뿐한 발끝에 장단이 깃들고, 몸짓 사이로 풍류가 피어난다. 바로 한국 전통작품 <한량무(閑良舞)>의 장면이다. 이 춤에는 한 선비의 멋스러운 풍류와 의연한 풍격과 한량의 낭만이 녹아 있다.
한량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으나 양반으로 기품을 잃지 않고, 권력이나 출세 대신, 자연과 예술, 삶의 여유를 택했던 이들을 일컫는다. 시와 악기, 춤과 노래에 능했던 이들은 단순한 무위도식의 인물이 아니라, 풍류를 아는 교양 있는 사내였다.
한량무는 바로 이들의 철학과 태도, 정신을 몸짓으로 형상화한 무용 예술이다.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내딛는 움직임, 부채를 펼치는 절도 있는 손짓, 그리고 장단을 타고 흐르는 섬세한 디딤새 속에 선비의 고고한 미학이 스며 있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기원은 조선 후기 교방과 기방에서 연희되던 무용극 형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초기에는 한량, 색시, 승려, 주모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극적인 구성으로, 풍자와 해학, 애정과 유희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로 존재했다. 특히 색시를 사이에 둔 한량과 중의 삼각관계는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했고, 이를 기생들이 연기하며 노래와 춤, 연극이 어우러지는 공연으로 발전했다.
남사당패들의 유랑극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춤이 등장했고, 그 영향 속에서 슬롯 머신 프로그램가 널리 전파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시간이 흐르며 한량무는 점차 독무 남성 춤으로 변화해간다. 특히 1970년대 이후 남성 전통 춤의 부재 속에서 한량무는 남성 무용의 상징적인 레퍼토리로 자리 잡는다. 다양한 무용가들은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한량의 미학을 계승하고 재창조하며, 한량무는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전통 예술로 확장된다.
섬세한 디딤새와 팔사위, 그리고 절제된 호흡은 춤 그 자체가 한량의 정신의 흐름을 담는다. 특히 발 디딤새는 매우 섬세하다. 발가락을 들어 올린 채 뒤꿈치부터 사뿐히 내려놓는 걸음과 잔걸음(무릎을 굽힌 채 보복을 짧게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으로 자연을 누비는 듯, 무대를 호쾌하게 넓게 활용하면서 도포 자락을 휘날린다.

또 부채를 박력 있게 펼치는 찰나에서 느껴지는 남성미, 자연을 감상하듯 유유히 내다보는 시선, 그리고 흐뭇하게 미소 짓는 한량의 모습에서는 마치 학의 우아한 날갯짓이 엿보인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음악은 굿거리-자진모리-굿거리 등으로 구성되며 춤사위는 강약의 리듬을 넘나들며 장단 위를 탄다. 무용수가 장단을 끌고 가듯 흐르는 엇박자. 순간의 여백을 타는 호흡은 한국 무용의 백미로 손꼽힌다.
흥미로운 점은 한량무가 조선 후기 승무와도 유사한 구성과 춤사위를 보인다는 점이다. <교방가요>의 기록에 따르면, 한량무에서 등장하는 승려 캐릭터가 염불 장단에 맞추어 장삼을 흔드는 장면은 승무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동작과 매우 유사하다. 이는 두 춤의 역사적 연관성을 짐작하게 한다.
오늘날에도 슬롯 머신 프로그램는 지역에 따라 다앙한 계보로 전승되고 있다. 서울의 슬롯 머신 프로그램(서울시 제45호 무형문화재)는 기품이 있고 고고한 선비의 정신을 담아내며, 동래 슬롯 머신 프로그램(부산시 제14호 무형문화재)는 경상도 특유의 덧배기와 배김새 사위로 기백 넘치는 춤의 양면성을 표현한다. 전북 지역의 슬롯 머신 프로그램(전라북도 제44호 무형문화재)는 자유로운 민속춤의 영향을 받아 즉흥성과 서정미를 강조하며, 모두가 각기 다른 지역의 색채로 한량의 멋을 계승한다. 최소 4인에서 최대 7인으로 이루어지는 무용극 형식의 슬롯 머신 프로그램가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적인 것은, 이 춤이 지닌 즉흥성과 해학성이다. 춤은 때로 정해진 틀 없이 흐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무용수의 감정에 따라 고요해지기도, 흥이 넘치기도 한다. 무용수의 내면속에서 부터 채워지는 춤, 그것이 바로 한량무다.
오늘날 우리는 한량이란 단어를 다소 무책임하거나 한가로이 놀기만 하는 이미지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래의 한량은 '풍류를 아는 사내',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예술과 삶의 멋을 추구한 사람들이다. 한량무는 그런 한량의 우아함과 고고함, 유쾌함과 슬픔을 함께 안고 우리에게 묻는다.
이 춤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절제된 자유와 느긋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한량무는 단지 남성 춤의 정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잠시 잊고 있던 삶의 여유이자 품격이다.
장단이 흐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무용수의 감정에 따라 고요해지기도 하고, 흥이 넘치기도 한다. 비움 속에서 채워지는 춤 그것이 바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다. 각박했던 삶 속에서 잠시 잊고 있던 삶의 여유와 느긋한 품격 그리고 절제된 자유의 표현을 <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통해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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