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조선 분야 미국 현지 투자 진두지휘, 글로벌 경영 감각 입증

[오피니언뉴스=박정훈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그룹의 차기 총수로서 재계 내 존재감을 한층 확고히 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미 관세협상 타결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그룹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의 글로벌 확장 기회로 꼽히는 미국 조선업 재건 협력 프로젝트는 김 부회장이 이끈 이번 협상의 대표적 성과로 평가된다.
지난 30일 한국 협상단은 대미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상에는 한국이 미국 현지 주요 산업에 총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투자하는 약정 조건이 포함됐으며, 그중 1500억 달러(약 210조 원)가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에 투입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MASGA 프로젝트'는 신규 조선소 건설, 해군 선박 유지보수(MRO), 공급망 재편을 통해 사실상 붕괴 상태인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의 상업용 선박 건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0.13% 수준으로, 군용 선박조차 자국에서 건조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한화그룹 조선 계열사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1억 달러(약 1380억 원)에 인수하며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먼저 미국 현지 대규모 선박 건조 인프라를 확보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규제 완화, LNG 프로젝트 재개, 대중(對中) 제재에 따른 선박 수요 증가를 선제적으로 내다본 결정으로 이번 관세협상 타결의 중요한 촉매제가 됐다.
'MASGA 프로젝트'는 단순한 발주 확대가 아니라 미국 내 조선 생태계 재건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다. 기술 이전, 현지 합작, 방산·에너지 연계 모델이 동시에 열리기 때문에 한화오션을 비롯한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투자·글로벌 브랜드 강화라는 3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동관 부회장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직접 협상단에 합류해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회장이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수년간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회의에서 AES(미국), Enel(이탈리아), Mitsui OSK Lines(일본)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CEO들과 교류하며 조선·에너지 분야 국제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산업 외교를 강화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시 그는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등과 만나 한미 조선·방산 협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실제로 협상 타결 직전인 지난 30일(현지시간), 존 펠란(John C. Phelan) 미 해군성 장관과 러셀 보트(Russell Vought)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김동관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한화솔루션의 10억 달러 규모 미국 재생에너지 투자와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사업 측면으로도 미국 산업계와 신뢰를 쌓았다.
재계는 이번 성과를 두고 "김 부회장이 한화솔루션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에너지 네트워크와 조선·방산 협력을 결합해 미국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며 "그가 가진 미국 정치·산업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이번 협상은 미국에 대한 일방적 양보로 끝났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관 부회장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그는 그룹 전략부문 대표이사로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총괄하고 있으며,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로 재생에너지·수소 사업을 이끌고 있다. 또한 한화오션 사내이사로 조선·방산 시너지 청사진을 설계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에서 우주·항공·방위산업 글로벌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한화그룹 글로벌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한미 조선업 협력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지원하는 형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상선 및 함정 발주를 한국이 수주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따른 최우선 수혜는 한화오션에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MASGA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신규 조선소 건설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 중이며, 한화솔루션은 해상풍력 및 수소 공급망 연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무역 성과를 넘어선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관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보여준 산업 외교는 기업과 국가 간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으며, 향후 한화의 방산·조선·에너지 사업 전반에서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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