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강대호 칼럼니스트] 6월에는 기억해야 할 역사의 그날이 많다. 현충일과 한국전쟁 발발일이 있고, 6월 29일은 2002년에 제2연평해전이 벌어진 날이기도 하다.
이렇듯 6월은 이 땅을 위해 피 흘린 이들을 기리는 날이 많아 호국보훈의 달로 기념하고 추념한다. 그래서 6월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현충일의 유래를 살펴보고 호국보훈의 달에 방문해 보면 좋을 공간들을 소개한다.
현충일이 6월 6일로 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기록원 사이트에 6월은 6·25 전쟁 발발일이 있는 달이고, 24절기 중의 하나인 제사를 지내는 망종이 6월 무렵인데 (현충일을 기념일로 정한 해인) 1956년의 망종이 6월 6일이었기 때문에 현충일을 6월 6일로 제정했다는 설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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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顯忠)은 ‘충렬을 높이 드러냄. 또는 그 충렬’을 뜻하는 단어다. 그래서 '충렬을 드러내는 날'이라는 의미를 가진 현충일은 ‘민족과 국가의 수호 및 발전에 기여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되거나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애도하는 국가 추념일’이다. 그리고 현충원은 국가나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이 안장된 묘지다.
현충원 하면 떠오르는 시설이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이다. 그런데 이들 시설보다 먼저 현충원이 된 공간이 있다. 서울의 장충단이다.
장충단은 대한제국 시기인 1895년 서울 남산 자락에 설치된 우리나라 최초의 현충원이다. 당시 장충단은 임오군란과 을미사변, 즉 명성황후시해사건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되어 1908년까지 매년 봄가을 제사가 거행되었다.

오늘날 장충단은 동국대학교 아래에 자리한 공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성 초기만 하더라도 장충체육관과 신라호텔 일대를 포함하는 넓은 영역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1919년에 벚나무를 심은 일본식 공원이 조성되었고, 1932년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찰인 박문사를 지금의 신라호텔 자리, 즉 장충단 영역 안에 건립했다.
광복 후부터 6.25 전까지 북한과 교전에서 전사한 군경들의 유골을 장충단에 합사하기도 했지만, 한국전쟁이 벌어지며 전사자가 늘어나자 더 넓은 규모의 묘지가 필요해졌다. 그렇게 동작동에 국군묘지가 조성되어 1956년에 전국에 흩어져 있던 삼군 전사자들의 영현을 한 자리에 봉안하게 되었다.
동작동의 국군묘지는 명칭에서 보듯 군인 위주로 안장 업무가 이뤄지다가 1965년 3월 ‘국립묘지’로 명칭이 바뀌며 애국지사와 경찰관은 물론 향토예비군까지 대상이 확대되었다. 동작동 국립묘지는 1996년에 국립현충원으로 개편되었다가 2005년 7월에 ‘국립서울현충원’으로 변경되었다. 국립묘지가 현충원이 되며 소방공무원과 의사상자도 안장 대상에 포함되었다.
국립대전잭팟 슬롯은 1970년대 중반에 제2국립묘지로 기획되어 1985년에 대전국립묘지로 건립되었고, 1996년에 국립대전잭팟 슬롯으로 개편되었다.

한편, 지난 5월 29일의 해상 초계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4명의 해군 장병 중 세 명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고 한 명은 유족의 뜻에 따라 국립영천호국원에 안장되었다.
호국원은 군인, 경찰, 소방, 공무원 등 국가유공자와 참전유공자를 안장하는 국립묘지이다. 국립잭팟 슬롯의 안장 수요를 덜고, 국가유공자를 위한 안장 시설을 확대하는 취지로 여러 지역에 조성되었다. 국가유공자의 고령화와 안장 수요 증가에 대비했고 유족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목적도 있다.
국립호국원은 경기도 이천, 경북 영천, 전북 임실, 경남 산청, 충북 괴산, 그리고 제주시 등 권역 별로 조성되었다. 그런데 한국전쟁 때 격전지가 많았던 경기 북부나 강원권에는 조성되지 않았다.
대신 제3 현충원 대상지로 이들 권역을 검토해 경기도 연천에 제3 현충원을, 강원도 횡성에 호국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
내 주변을 돌아보면 ‘현충시설’이
현충원이라는 공간은 눈과 귀에 익을 수 있지만 ‘현충시설’이라는 용어는 조금은 낯설 수 있다. 현충시설은 ‘국가의 독립과 자유 수호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등을 기리기 위한 시설’을 말한다. 기념관, 기념비, 사적지, 공원 등이 포함된다.
현충시설 정보시스템을 검색하면 전국에 2338개의 현충시설이 있다. 한국전쟁과 삼일운동은 물론 의병 항쟁과 애국계몽운동 등 폭 넓은 주제로 지정된 공간들이다. 이들 현충시설은 도로 옆의 기념탑이나 공원 등으로, 혹은 각종 기념관이나 전시장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서울 용산에 자리한 전쟁기념관이 대표적 현충시설이다.

전쟁기념관은 옛 육군본부 부지에 들어선 박물관으로 국방부 산하기관인 전쟁기념사업회에서 운영한다. 이태원로를 사이에 두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마주 보는 위치에 있다.
전쟁기념관에 가면 우선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각종 무기가 눈에 띈다. 항공기와 함정은 물론 포와 전차 등 2차세계대전과 6·25전쟁에서 사용된 대형 무기 70여 점이 야외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실내에도 항공기와 전차 등 각종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
전쟁기념관의 실내 전시실에서는 한반도 역사와 함께한 오랜 전쟁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그리고 조선시대를 거쳐온 다양한 전쟁의 양상과 무기의 발달사 등의 콘텐츠를 전시하고 있는 것.
둘러보면 6·25전쟁 관련한 전시 비중이 높다. 3개의 전시관을 통해 각기 다른 주제로 한국전쟁을 조망했다. 각 전시관에 가면 다양한 그래픽과 조형물, 혹은 당시 실제 쓰였던 물품들로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고 있다.

본관 입구 한켠에는 ‘전사자명비’가 있다. 이곳에는 창군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대침투작전 등에서 전사한 국군과 경찰, 그리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유엔군 전사자의 이름을 새겨 넣어 그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현충원을 참배했다. 대통령으로서 첫 일정이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면 현충원을 방문하곤 하는데 그만큼 현충원이 의미 깊은 공간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고 잭팟 슬롯이 유족이나 유명한 사람들만 참배하는 성역은 아니다. 시민 누구나 갈 수 있는 공간이다. 드넓게 정비된 묘역에 줄 맞춰 늘어선 묘비들을 마주해보면 평화가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현충일은 70주년을 맞이했다. 현충원이나 현충시설에 참배하러 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못하더라도 오전 11시에 사이렌이 울리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희생된 이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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