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시 펜던트 슬롯 급등 불가피...이후 하향 안정화에 무게
일각에서는 "파괴력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놔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21일(이하 미 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직접 개입한 가운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부분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다.
이란 의회는 22일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고, 이 경우 글로벌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에 촉각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이동하는 지정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해협이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 비중이 14% 수준이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이란산을 제외한 중동산 원유의 수입이 약 44%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중국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십이 얕아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해로가 한정돼있다. 이들 대형 유조선들은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란이 이 해협의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완전히 차단한 적은 없다. 앞서 지난 2011년 이란에 대한 국제 제재가 시행됐을 당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으나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의 본국 경제에도 즉각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란 석유 수출이 차단되며 수익원이 막히고, 동시에 이란 석유 최대 구매국이자 핵심 외교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도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확률을 52%로 보고 있다.
봉쇄시 펜던트 슬롯 급등 불가피...이후 하향 안정화에 무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의 급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이 경우 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고, 도이체방크는 12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관건은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유가가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될지 여부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 브루수엘라스는 "유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반드시 유가가 그 수준에서 유지될 것을 가정해서는 안된다"며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분석회사인 케이플러 역시 "유가는 10% 가량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나, 급등세는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유가가 치솟을 수 있지만, 이후 재차 하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플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8월 석유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며, 이것이 급등한 유가를 재차 하향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지만, 이후 이란산 원유 공급이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유가는 2026년까지 배럴당 60달러대로 점진적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협 봉쇄 이후 이란산 원유 공급이 회복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90달러에서 정점을 찍은 후 70~8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파급력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일각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 하더라도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경우에도 봉쇄를 선언한다고 해도 이란의 군사력을 고려하면 봉쇄 파괴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유가 역시 단기 상승 이후 점차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유가 급등세로 글로벌 주식시장은 물론 경제적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긍정적 시나리오 전망처럼 상황이 전개돼 유가가 단기 급등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면 불확실성 완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중동 상황이 불확실하고 예측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나 비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면서 "이번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이 오히려 리스크 완화의 분수령이 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유가 추이가 리스크 증폭 혹은 완화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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