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퇴직연금 깨워볼까] ①직접 로아 슬롯지시 내려보니...‘생각보다 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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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퇴직연금 깨워볼까] ①직접 로아 슬롯지시 내려보니...‘생각보다 쉽네’
  • 박준호 기자
  • 승인 2025.01.23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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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400조 중 330조가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 3~4% 수준...정부마저 "로아 슬롯 좀 하라"
은행 앱·웹서 언제든 로아 슬롯지시 가능
ETF·TDF·예금 상품들 중 살펴본 후 선택하면 끝
연금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연금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 1. A씨는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정작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몰랐다. 회사가 알아서 굴려주겠거니 싶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A씨의 퇴직연금은 회사가 로아 슬롯하는 확정급여형(DB)이 아니라 A씨가 직접 로아 슬롯지시를 내려야 하는 확정기여형(DC) 상품이었다.

회사는 A씨 입사 1년이 되던 날부터 A씨의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해 연간 임금총액의 1/12 이상을 입금(기여)해주고 있었다. A씨는 이를 어떤 자산에 넣어 불릴지를 정해야 했다. 그게 20~30년 뒤 퇴직했을 때 A씨가 받을 퇴직연금 수익률을 결정했다.

문제는 그간 로아 슬롯지시를 안 한 채 방치했기 때문에 차곡차곡 쌓인 돈이 모두 은행 정기예금으로 로아 슬롯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 금리는 3% 수준으로, 로아 슬롯지시 수익률인 10% 대비 턱없이 낮았다. 노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은행을 들락거리는 A씨는 창구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로아 슬롯 지시를 해보기로 했다. 증권사에는 IRP(개인형 퇴직연금)도 개설했다. 예상과 달리 꽤 간단했다는 후문이다. 짐작했겠지만 A씨는 기자 본인이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퇴직연금 운용을 지시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자처럼 잊고 살다가 미래 연금 수익이 바닥을 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예금 등 저금리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 퇴직연금은 전체 400조원의 80%가 넘는 330조원 가량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DC형의 적립금은 106조1366억원이다. 이 중 81조1497억원(76.4%)이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로아 슬롯되고 있다. 여기에 IRP를 더하면 197조8946억원 중 143조4251억원(72.4%)이 원리금 보장형이다.

DB형까지 합친 전체 퇴직연금 총 400조732억원 중에서는 332조8076억원(83.2%)이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된다. 손실 위험이 있는 실적배당형은 나머지 67조2656억원(16.8%) 뿐이다.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은 비보장형의 3분의 1 수준이다.

원리금 보장형의 1년 평균 수익률은 ▲DB형 은행 3.64%, 증권사 4.29%, 보험사 4.08% ▲DC형 은행 3.47%, 보험사 3.45%, 증권사 4.45% ▲IRP 은행 3.33%, 증권사 4.65%, 보험사 3.65%다.

반면 원리금 비보장형은 ▲DC형 은행 13.06%, 증권사 12.42%, 보험사 11.24% ▲IRP 은행 12.58%, 증권사 12.53%, 보험사 11.33%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 금융위원회 마저 “퇴직연금 제도가 취지와 달리 가입자의 운용지시가 없거나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가입자의 관심‧시간부족 등에 따라 소극적 자금운용관행이 지속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 사전지정로아 슬롯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을 대대적으로 알렸고, 지난 2023년 7월 디폴트옵션이 전격 시행됐다. 그럼에도 1년이 지난 2024년 3분기까지 로아 슬롯지시 변경에 따른 수익률 개선은 요원한 모습이다.

운용지시, 은행 앱에서 언제든 확인·변경 가능

사실 관심과 시간이 없어도 퇴직연금을 실적배당형으로 전환하는 일은 어렵지도, 오래걸리지도 않는다. 은행 앱과 웹에서 틈틈이 상품을 살펴본 후 클릭 몇 번으로 즉각 변경이 가능하다.

예컨대 기자의 퇴직연금이 있는 하나은행에서는 디폴트옵션 9개, 상장지수펀드(ETF) 131개, 타깃데이트펀드(TDF) 64개, 펀드 150개, 예금 113개 중 원하는 상품을 골라 로아 슬롯지시를 내릴 수 있다.

하나은행 앱의 퇴직연금 로아 슬롯상품들과 기자의 투자 상품, 매수 비율. 사진=박준호 기자

로아 슬롯 지시는 ▲지금까지 회사가 입금한 퇴직금(현재로아 슬롯상품 변경)과 ▲매달 회사가 입금할 퇴직금(입금예정상품 변경)에 따로따로 내릴 수도 있다. 수백 개의 상품에서 여럿을 복합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자는 현재운용상품으로 ‘KB온국민TDF2055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UH)C-퇴직e’라는 이름의 TDF와 BNK부산은행 예금을 선택했다. 각각의 비중은 TDF 70%, 예금 30%로 설정했다.

상품에는 예상 수익률과 상품 로아 슬롯 보수, 수수료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위 KB자산로아 슬롯의 TDF는 단어 그대로 은퇴 시점인 2055년을 투자목적 달성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으로 설정하고 로아 슬롯하는 펀드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가입 초기에는 국내외 주식 관련 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목표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을 축소해 안전한 채권 자산 비중을 확대한다.

23일 기준 국가별 주식 비중은 미국 67.27%, 유로존 7.89%, 일본 7.04% 등 10개국이다. 주식 중에서는 정보기술 28.86%, 금융 14.4%, 산업재 11.04%, 순환소재 10.65% 등 11개 섹터에 투자한다. 채권은 국채 39.5%, 현금 및 현금등가물 26.38%, 회사채 23.3% 등이다.

총 보수는 연 0.61%로 판매 보수 0.34%, 로아 슬롯보수 0.23%, 수탁보수 0.03%, 사무보수 0.02%다.

상품 운용은 KB자산운용의 주 모 책임을 포함한 네 명이 맡는다. 주 책임은 현재 총 48개 펀드, 2조118억원을 운용하고 있으며, 운용 경력은 17년 10개월, 수익률은 최근 2년 27.53%, 1년 17.88%다.

주의해야할 점은 이 상품의 투자위험등급이 ‘다소 높은 위험’이라는 것이다. 즉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되지 않으며, 과거의 투자 수익이 미래에도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내할 수 없는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약간 낮은 상품을 택하길 권한다.

입금예정 퇴직금은 ‘미래에셋TIGER미국S&P5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과 ’우리은행 정기예금 1년‘을 매수해 운용하기로 했다. 비중은 각각 70%, 30%다.

이 상품들 역시 운용보수와 수익률, 투자자산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어 직접 살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편입시키길 추천한다.

퇴직연금 판매 상품과 수수료율은 은행과 증권사별로 모두 다르다. 아직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자기 회사의 퇴직연금 연계 금융사가 어디어디인지 미리 알아보고, 원하는 투자 상품을 좇아 금융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2편에서는 금융사별 판매 상품 갯수, 수익률, 수수료, 운용규모를 비교해보고 퇴직연금 수령시 가장 중요한 IRP 계좌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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