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낵의 글로벌 슬롯 파라다이스 공략…오!감자·초코파이
과자 구독 서비스, 추억의 과자 재출시도
[오피니언뉴스=강혜린 기자] 저출산·고령화, 내수 시장 정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한국 제과업계는 10대·아동 중심에서 성인·직장인 타깃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저당·고단백 콘셉트의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등 ‘건강’과 ‘실용성’이 경쟁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 대표 기업들은 동남아·중국·미국·인도 등 해외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과 공격적 투자를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내수 부진과 인구 감소의 벽 앞에서, K-스낵의 생존법이 다채로워지는 상황이다.

저출산 시대, 타깃은 ‘10대→성인’…저당·고단백
지난 4월 농심켈로그는 ‘단백질바K’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50g의 에너지바에 단백질 15g을 담아, 삶은 계란 2.5개 분량의 단백질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당류 함량도 낮춰 운동 전후는 물론 아침 식사 대용이나 바쁜 일상 속 건강 간식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달, 빙그레는 ‘더:단백 그래놀라’와 ‘더:단백 크런치바 mini’를 출시하며 단백질 스낵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 이 제품들 역시 고단백·저당을 내세워, 다이어트 간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에는 GS25가 단백질 전문 브랜드 랩노쉬와 손잡고 ‘랩노쉬 프로틴도넛·휘낭시에’를 출시했다. 도넛 한 개에 단백질 8g을 담아, 계란 1.3개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 11일 GS25에 따르면 올해 1~5월 단백질 간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1% 증가했다. 저당·고단백 트렌드가 소비자 일상에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고단백 베이커리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헬시플레저와 저속노화가 주요 트렌드”라며 “성분에 민감한 소비자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헬스디깅족을 겨냥해 앞으로도 다양한 저당·고단백 신제품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해외로…현지화로 승부수
K-스낵의 글로벌 슬롯 파라다이스 공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 국내 대표 제과기업들은 내수 부진 속 동남아, 중국, 미국 등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오리온은 올해 1분기 연결 매출 8018억 원 중 68%를 해외에서 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오!감자’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오리온 중국 법인은 올해 1분기 매출 3282억 원, 영업이익 560억 원을 기록했다. 오!감자는 중국 내에서만 2588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다양한 맛(토마토·스테이크·치킨)과 한정판 마케팅이 현지 소비자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인도 슬롯 파라다이스 공략도 순항 중이다. 롯데 초코파이는 현지 초코파이 슬롯 파라다이스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연간 매출만 750억 원 이상이다. 현지 소비자들의 식문화와 종교적 특성을 반영해 초코파이 마시멜로에 동물성 젤라틴 대신 식물성 젤라틴을 사용했다. 롯데는 일찌감치 인도 슬롯 파라다이스에 들어섰다. 지난 2010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초코파이 생산을 시작했고 이후 하리아나 공장, 푸네 신공장 등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제과 시장이 최근 성장이 정체되는 와중에 해외 시장 진출은 성장의 돌파구이자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 과자 수요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이창엽 대표이사는 롯데웰푸드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롯데 브랜드를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며 “올해는 글로벌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이승준 오리온 대표이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내 공급 확대는 물론 미국, 중국, 호주,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 제품 공급 역량도 강화해 나가겠다”며, “국내외 공장 확장에 8300억원 투자해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과자도 구독하세요’…마케팅 차별화 전략
내수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과자 구독 서비스, 단종된 추억의 과자 재출시 등이 그 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020년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시했다. 한 달에 한번 랜덤으로 오는 간식을 설레는 마음으로 뜯어보는 서비스인데, 지난 2월에는 서비스 가격을 인상했다. ‘소확행팩’은 기존 9900원에서 1만1500원으로, ‘마니아팩’은 1만9800원에서 2만2800원으로 올렸다. 제품 가격이 인상하면서 구독 서비스 가격 역시 올렸다는 설명이다.
또 과거 단종됐던 과자를 재출시하는 복고 트렌드도 인기다. SNS에서의 재출시 요구와 팬덤을 기반으로 여러 제품들이 재출시됐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5월 ‘치토스 체스터 쿵’을 출시했다. 호랑이 발바닥 모양의 옛 패키지 그대로 재현해 30년 만에 부활했다. 또 오리온의 ‘베베’는 지난 2012년 단종된 이후 ‘배배’로 리뉴얼돼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어필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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