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직격탄 맞은 日 수출기업, 성장 전략 재검토
한국 경제에는 기회와 위기 공존, 면밀한 대응 필요

[오피니언뉴스=박정훈 기자]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한국 경제가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영향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 측면에서는 반사이익이 기대되지만, 크레이지 슬롯 카지노산 제품 수입이 필수적인 산업에서는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율 환경의 변화가 야기하는 다양한 경제 변수가 주목받고 있다.
엔화는 왜 강세인가
최근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약 147엔대로, 지난해 150엔 후반대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은행(BOJ)은 장기간 이어온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금리를 인상하고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이는 엔화 강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경제·정치적 요인과 글로벌 경기 상황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인플레이션이다. 7월 기준 일본의 핵심 물가 상승률은 3.1%로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이는 일본 경제가 성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식료품·생필품 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여기에 최근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움직임이 추가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BOJ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치다 신이치(内田真一) BOJ 부총재는 "(일본의) 물가 오름세가 현재 수준을 이어간다면 정책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으며,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BOJ 총재 역시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례 심포지엄에서 "임금 상승세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BOJ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리며 10년간 이어진 경기부양 정책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후 7월에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경제 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여기에는 일본의 정치적인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월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 이어, 지난 7월 20일 참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잃으면서 세금 인하와 완화적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야당의 입김이 강해졌다. 여기에 글로벌 요인도 겹쳤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유럽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았고 수요가 확대됐다.
엔고는 일본 수출기업들에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해외 매출을 엔화로 환산할 때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2분기 일본의 51개 주요 기업은 엔고로 인해 영업이익이 5500억엔(약 5조2000억원) 감소했다. 전체 이익의 14%가 환율 문제로 사라진 것이다. 특히 자동차·기계 등 주력 수출업종이 환율 직격탄을 맞았고, 미국의 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일본 기업들은 엔저에 의존해온 성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엔고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
엔화 강세는 한국에도 양면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조선, 2차전지, 전자 등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 품목은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실제로 1985년 미국이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을 때, 일본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하락하며 한국산 제품이 반사이익을 누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부담이 크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일본산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엔화 강세는 수입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 비용을 가중시킨다. 특히 장비·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 반도체 기업은 대기업보다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차입한 뒤 달러로 바꿔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거래) 자금이 청산되면 일본으로의 투자 자본 회수가 일어나면서 유동성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엔화 강세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는 예기치 못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환변동보험, 선물환 계약 등 적극적인 환헤지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급등락을 완화하는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고, 외환시장 개방과 제도 개혁을 통해 구조적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번 엔고 국면을 단기적 환율 변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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