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소기업 지원 강화
연체율·비용 부담…관치 우려도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발 빠르게 기수를 돌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놀이' 경고 이후, 금융당국과 국회, 금융권 전반이 첨단산업 지원·중소기업 금융·포용금융을 중심축으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정부·당국 ‘생산적 금융’ 압박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건전성 규제로 확보한 여유 자본이 생산적 금융으로 흘러가야 한다"며 "담보·보증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산업과 혁신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ELS 불완전판매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도 병행해 강조했다. 금감원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전환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이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손쉬운 주담대 같은 이자 수익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 나서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곧바로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금융투자협회 등 업권 협회장들을 불러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 정책은 ‘50조원 첨단전략산업기금’과 ‘100조원 국민성장펀드’다. 정부는 산은법 개정과 국가보증을 근거로 반도체·AI·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산업에 지분·대출 형태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민간 금융사·연기금 자금을 묶어 국민성장펀드를 조성, 5년간 100조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청사진도 확정됐다. 이미 국회 본회의 통과로 법적 기반까지 확보된 상태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상생금융지수’ 도입도 예고됐다. 정부와 여당은 은행들의 중소기업 금융 실적을 수치화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단계 적용되며, 평가 항목은 대출 규모와 조건 개선·혁신금융 성과(60%)와 금리·만기·관계형 금융 등 체감도(40%)로 구성된다. 불건전 영업행위는 감점 요인으로 반영된다.
은행권,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은행들은 하반기 들어 중소기업 현장방문을 확대하고, 밸류체인 금융·비금융 컨설팅을 결합한 패키지를 늘리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연초부터 15곳에 ‘SME 전담 지점장’을 배치하고 지난 26일 ‘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내놨다. 혁신기업 대상 금리우대, 주력산업 전용보증, 기술금융 우대가 핵심이다. 우리은행은 ‘BIZ프라임센터’를 13곳으로 확대하고 퇴직 금융인을 전면 배치한 ‘강북 BIZ어드바이저센터’를 신설, 기업자문과 공급망 금융 플랫폼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현대차·기아·무역보험공사와 손잡고 자동차 수출 공급망에 6300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 ‘민생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3029억원을 집행했다. 또 혁신 창업기업 전용 펀드와 기술금융 우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생산적 금융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4조 5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과 신보·기보와 연계한 2조 6000억원 규모 중기 금융을 병행 중이다. 지방은행들 역시 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1조원 규모의 지역 전략산업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만만치 않다.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말 0.5%대로 올라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종별 부실 압력과 경기 둔화, 수출 불확실성이 겹치며 자산건전성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상생금융 확대에 따른 비용도 변수다. 4대 은행의 올해 상생금융 예상 집행액은 5조5000억원대로, 2023년(8960억원)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순익 대비 상생·공헌 지출 비중도 2023년 7%에서 올해 34%로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관치 논란도 제기된다. 상생지수가 ‘대출을 더 내주라’는 신호로 작용할 경우 건전성 악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평가체계가 일관되고 인센티브 설계가 정교하다면 오히려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은행권의 수익구조 전환은 불가피하다. 금리 인하 기조, 예대마진 축소, 교육세 인상 등으로 비용 요인이 겹치는 가운데 상반기 사상 최대급 순익에도 하반기 순이자마진 방어는 쉽지 않다. 이에 은행권이 추진하는 생산적 마카오 슬롯 머신 잭팟 전환은 일회성 비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출을 늘리라는 신호는 위험할 수 있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는 필요하지만, 결국 자산 건전성을 어떻게 지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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